가을 편은 날짜를 잡기가 가장 어려웠다. 은행잎이 절정인 기간은 일주일 남짓이고, 비가 한 번 오면 절반이 떨어진다. 일기 예보를 사흘 내내 들여다보다가 맑은 목요일 오후에 반차를 냈다.

가을 길의 색 기록
- 둑길 입구: 이미 절반쯤 떨어져 바닥이 노랗다.
- 징검다리 근처: 벚나무 잎은 붉게, 은행잎은 노랗게. 두 색이 섞이는 유일한 구간.
- 다리 밑: 여름의 오리 가족은 보이지 않았다. 대신 왜가리 한 마리.
같은 길을 네 번 걷는다는 건, 결국 나를 네 번 보는 일이었다.
봄에 세운 계획 가운데 단풍 드는 나무 세기는 실패했다. 서른 그루까지 세다가 사진 찍느라 잊어버렸다. 겨울 편에서는 잎이 없으니 오히려 세기 쉬울지도 모르겠다.
느린 산책자